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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이토록 멋진 곤충의 줄거리
곤충에 대해서 그림과 함께 간략하게 설명된 글이 나열된 책이다.
글이 딱딱하지 않고 재치 있게 쓰여서 재미있었다.
곤충의 아기를 부르는 명칭은 두 가지가 있는데, 번데기를 거쳐서 성충이 되면 유충이라 하고, 번데기 과정이 없이 성충이 되면 약충이라 한다고 한다.
또 하나, 나는 어릴 땐 완전변태와 불완전변태로 배웠는데 요즘 어린이들은 갖춘 탈바꿈, 안 갖춘 탈바꿈이라고 배운다고 한다. 언어유희의 맛이 하나 사라졌다.
곤충은 허파 대신 몸통으로 숨을 쉰다는데, 어릴 때 잠자리 날개를 잡아당겼을 때 갈라졌던 몸통의 이미지가 반짝 생각났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건데 기억은 도대체 어디에 저장이 되어있다가 나오는 걸까?
파리는 발바닥에 맛을 보는 기관을 가졌다는데, 상한 음식을 맛있다고 느낀다고 한다. 파리는 배탈이 안 나? 너를 연구하면 배탈 나지 않는 방법을 알 수 있을까? 궁금해.
남극에 사는 곤충은 깔따구 하나뿐이라는데, 이끼 속에서 한가롭게 살아간대. 정말이지 천국이겠는걸. 다음 생은 깔따구로 태어나는 것도 괜찮을지도... 한가로운 거 좋아.
물맴이는 눈이 네 개인데 두 개는 수면 위를 보고 두 개는 수면 아래를 살펴서 다가오는 적을 볼 수 있대. 뒤통수에 눈이 달렸다니!! 상상이 아니었잖아! 오와!!!
그리고 다른 물맴이들과 함께 있는 걸 좋아해서 여럿이 모여 놀이동산의 범퍼카처럼 서로 부딪치고 논다는데 상상해 보니 정말 즐거운 것! 범퍼카 노래가 생각났다. 다 때려 박아 범퍼카~ 범퍼카~ 면허도 필요 없지 엉덩짝 걷어차~
날도래 유충은 물속에서 끈적이는 물질로 작은 돌들은 붙여서 집을 짓는다는데, 내가 개천에서 놀 때 다슬기를 잡겠다고 큰 돌을 뒤집으면 돌에 붙어 있던 작은 돌들이 그런 거였나 봐. 으이그 징그러!라고 생각했었는데, 느닷없이 뒤집힌 집에 너희들이 더 놀랬겠다. 조금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ㅇㅅㅇ;;;
식물에게 속아 허탈해하게 발길을 돌리는 쇠똥구리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땅을 파서 묻어주지만 거기에 알은 낳지 않는다는 걸 보면 어쩌면 알고서도 묻어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쓰이는 가문비나무의 솔방울처럼 생긴 그것이 방울솜벌레의 집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세상에 나는 감쪽같이 솔방울인 줄 알았어!
잠자리 유충은 입에서 팔이 나오는데 그 끝에 손가락이 달렸다는 설명들을 읽으면서, 영화 속 외계인은 곤충을 보고 상상한 걸지도..라는 생각을 했다. 곤충에 대해서 알고 나니 미확인 생명체가 더 이상 무섭지 않아지는 것!
어쩌면 외계인도 곤충을 보면 으악! 하고 무서움을 느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니 키득키득 웃음이 나왔다.
공포의 이유는 모르기 때문이란 말을 어디선가 주워들었는데, 곤충 책을 읽고 곤충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고 나니 바퀴벌레를 보고 놀라서 엉덩방아 찧었던 과거의 나는 앞으로 없을 것 같았다. 조금 강해진 걸지도 에헴! ㅇㅅㅇ
2. 선택한 이유
문진이 필요했는데, 책을 사면 문진을 사은품으로 준대서 구매했다.
나는 사실 모비딕 문진을 갖고 싶었는데 품절이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결국 모비딕 문진도 오프라인 매장에 찾아가서 구매한 건 안 비밀. 좋은 여행이었다.)
붉은 제독 나비 문진을 선택했는데 좋은 선택이었다. 이 나비는 지중해 쪽에 사는 나비인데 겨울을 나려 먼 지역을 이동해서 알을 낳는다고 한다. 그에 비해 다른 선택지였던 청벌은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애벌레가 태어나면 집주인의 애벌레들을 잡아먹는다 한다. 대자연을 보다 보면 옳고 그름이 따지기 어렵지만, 인간의 교육을 받은 나는 나비의 습이 더 끌리는 것이다.
3. 총평
글도 재밌지만, 삽화도 따라그려보고 싶을 정도로 예쁜 책이다.
어린이들이 좋아할것 같은 책이라서 친구의 아들에게 선물을 보냈다.
보내기 전에 어떤 그림이 더 좋아? 하고 물었더니 녀석도 나비가 더 좋다고 했다.
응. 청벌은 뭔가... 파리같기도 했어. 그 있잖아 번쩍 번쩍 빛나는 왕똥파리.
기다란 문진만 알고 살았는데, 동그란 문진을 써보니 생각보다 굉장히 편했다.
글 읽는데 방해도 안되고, 잡아서 슥~슥~ 옮기기도 편하고, 예쁘니까 기분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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