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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장

돌연변이 - 로빈 쿡

나무바 2022. 11. 8. 19:38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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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 때 읽었었는데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 졌다.

    책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 사이 돌연변이라는 제목의 책이 정말 많아졌다.

    그러다가 작가의 이름이 생각났다. 로빈 쿡.

    아마도 작가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면 평생 못 읽었을 거다. 

     

    인터넷 서점인 알라딘 품절센터에 새책으로 원한다고 주문했다가 거절당해서 중고로 다시 받아서 읽었다.

    새 책이든 중고든 품절된 책을 찾아주는 이런 서비스가 있다니 세월이 지난 만큼 서비스가 진화했다. 알라딘 만세!

     

    나는 이걸 왜 그렇게 읽고 싶었을까.

    책장을 넘기며 생각했다. 들고 읽기엔 책이 너무 무거워서 스캔을 뜨려고 작도를 꺼냈다.

    뉴스로 접하는 요즘 사람들의 잔인성을 보면서 인간이 상상했던 무서움과 어떻게 일치하는지도 궁금했고, 그 시절의 돌연변이가 이시절에도 돌연변이인지가 궁금해서였던 거 같다. OCR이 넘모 오래 걸렸다. 그냥 읽고 싶었다 미치도록 내용이 궁금했다. 킹치만 나는 이미 책을 분해해 버렸는걸 ㅇㅅㅇ.

     

    빅터 프랑크는 주인공인 VJ의 아버지다.

    빅터에 대한 내 감상은, 처음에는 미친놈이었다. ​그런데 그 미친놈은 욕망의 화신이었다. 그래서 유전자를 조작해서 대리모에게 아이를 낳게 하고 유전자가 조작된 사실을 모르는 아내가 아들의 이상함을 걱정하면 신경과민이라고 했다. 그의 주옥같은 대사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병신 같았다.. 그러다가 참지 못하고 그만.. 육성으로 내뱉었다. "병신" 하고.

     

    마사는 주인공인 VJ의 어머니다.

    그녀는 정신과 의사였는데, 2022년에 사는 내가 보기엔 자기 아들에 대해서 제 마음대로 하고 싶어 하고 마음대로 안되면 아주.. 음... 암튼 곳곳에서 짜증을 유발하는 캐릭터였다. 그래서인지 소설 속의 VJ도 엄마인 마사에게 짜증을 많이 낸다. 

    빅터와 마사의 태도를 보면서 VJ가 왜 자기의 천재성을 감췄는지 이해했다.

    아빠는 성과에 미친 자기가 창조자라고 생각하는 병신이고, 엄마는 정신과 의사랍시며 귀찮게 하는 사람이라 날 때부터 초천 재인 VJ는 그렇게 자란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빅터는 천재 아들을 원했고, 마샤도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바라는 아들 상이 있었다. ' 저는 행복하고 정상적인 아들을 원해요.' 라던가 ' 아들이 그래도 학교에선 집에서보다 사교적이라는 소릴 듣고 싶었던 것이다. 등등. 빅터가 그런 말은 하는 건 병신이라 그렇다고 넘기겠는데, 엄마까지 그러면 응. 숨쉬기 힘들지. VJ가 부모님의 곁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을 숨기는 게 아니었을까. 똑똑하고 영악해도 결국은 어린아이라서 부모랑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다 자란 어른도 엄마가 보고 싶고 막 그러니까.

    양심은 영혼의 영역이라는데 VJ는 영혼이 없었던 걸까.

    양심은 미약하더라도 인성을 길러줄 수 없는 걸까.

     VJ를 VJ그대로 원하며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서 천재소년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아빠한테 인정받으려고 숨어서 계획을 꾸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아빠보다 능력이 더 뛰어나니 내가 최고야! 가 된 거고 아빠에게 없는 도덕성이나 양심은 VJ도 배울 수 없던 거고. 바랄 수도 없는 거다.

     

    빅터의 병신 같음에 감탄해서 노트한 부분

    상황. 키우던 고양이를 누군가가 차고에 목매달아 놨음

    [ "VJ에게 기분을 물어보려고 하니까 뭐라고 그런 줄 아세요?" 마샤가 물었다.

    "뭐라고 그러는데."

    "고양이는 다시 사면된대요."

    "어른스러운 소리를 하는구먼. 적어도 VJ는 합리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아이거든."]

    - 그 아빠에 그 아들이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 VJ의 실험실을 아빠에게 들킴

    [사실 VJ는 모든 공을 나한테 돌리고 경제적 이권은 키메라에 넘기길 원하고 있어. 어때? 이 소리도 당신에겐 성격 자애로 들리나? 나한텐 아주 도량이 넓은 소리로 들리는데 말이야]

    - 남의 연구 결과를 자기 공으로 해준다니까 좋아하는 거에서 1차 병신. 양심 어디?

    - 자기에게 이득을 준다고 상대를 도량이 넓다고 하는 거에서 2차 병신. 그걸 주면 상대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 너무나도 1차원적.

    마샤도 그냥 지욕심에 사는 어른일 뿐이라서 실망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실망할 것이 있어서 충격적이었던 부분.

    상황. VJ가 유일하게 자주 언급하는 친구네 집에 마샤가 찾아감

    [저희들은 싸운 것 때문에 찾아오신 줄 알았습니다.

    칼이 말했다.

    싸우다뇨?

    마사가 물었다.

    아마도 VJ 하고 우리 애 하고 약간의 의견 충돌이 있었나 봅니다. 리치는 코가 부러져 학교 진료소에서 밤을 지새야 했죠.

    저런, 정말 죄송합니다. VJ에게 꼭 얘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품위 있게 블랙모어의 집을 벗어났다. 차에 올라 탄 그녀는 분노로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 정신과 의사라면 적어도 리치와 VJ가 어떤 의견 충돌이 있었는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닐까? 나는 제삼자로 글로 읽기 때문에 이런 모순들이 보이는 걸까. 내가 당사자라면 당황해서 아무 생각 못할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기대치가 있는데 충격적일 만큼 너무 실망스러웠다. 이것은 오은영 박사님이 나의 눈높이를 너무 올려버리셔서 그런 걸 지도 모르겠다.

    어린날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거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빅터가 VJ와 같이 죽을 때의 감정이 흐리게 슬픈 기분으로 남아있다.  VJ가 마지막에 가서야 아버지의 사랑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슬펐던 걸까 아버지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것이 슬펐던 걸까.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빅터 새끼 자식 안고 죽을 정도의 양심은 있네라고 생각한다.

    VJ가 태어나게 한 VJ의 동생은 내면의 양심을 밝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형제 두 명은 죽이고, 나머지 4명은 기형아로 만들었으면서 천재적인 동생 하나는 왜 태어나게 할 걸까 궁금하지만 알 수가 없다. 유전자에 또 다른 무언가를 해놓았을까, 아니면 지켜보다가 자기만큼 똑똑한 것 같다면 다른 형제들처럼 죽이려고 한 걸까. 답은 작가의 머릿속에만 있겠지. 작가는 1940년생으로 현재 나이 82세라고 하는데 메일을 보내면 알려주시려나. 아무튼 남은 아이는 빅터 같은 아버지 대신 마샤와 진과 엄마와 할머니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 내면의 양심을 밝혀서 사랑을 돌려줄 수 있는 아이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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